환기시킨다고 창문 열어주면 신나게 뛰어다니다가도 발코니에 바람 쐬라고 데려다 두면 얼마 안돼서 칼바람에 슬슬 뒷걸음질 쳐 따뜻한 곳을 파고드는 저희 집 고양이를 보면서 길에서 사는 아이들은 이 혹독한 계절을 어떻게 버텨내나 걱정이 앞설 때가 있습니다. 동네 곳곳에 늘 보이던 고양이가 안 보이는 날은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다시 눈에 띄면 반가운 마음에 인사도 건네어봅니다. 물론 밥, 간식 챙겨주는 사이도 아닌데 길고양이들이 절 반겨줄 리 없고 줄행랑치기 바쁘지만 무탈히 이 계절을 견뎌내고 있는 모습에 혼자 고마운 마음을 가져봅니다.
이제 이 혹독한 계절이 끝나고 따뜻한 날씨가 찾아오면 중성화되지 않은 길고양이들의 발정과 번식이 시작되어 4,5월경쯤엔 새끼고양이들이 자주 목격될것입니다. 작년 제 딸아이 학교에서도 새끼고양이들을 봤다는 말이 많았고 어떤 고양이는 구조되어 새 가족을 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구조된 것이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유독 고양이 간식을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알뜰살뜰 길고양이들을 챙겨주는 아이들이 여럿 있는데 물어보니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아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예쁜 마음은 고마운 일이나 아이들이 잘 모르고 새끼고양이들을 만지거나 하는 일이 있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어 길고양이 구조방법이나,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함부로 구조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구조가 아니라 납치일수 있어요.
'냥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어 그대로는 고양이를 줍는다는 뜻인데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 기르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 책임이 따르듯 고양이 구조도 입양도 그저 무턱대고 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아기고양이일 경우 작고 여린 모습 때문에 '냥줍'당하는 일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납치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혼자 있는 아기고양이라고 해서 모두 위험에 처했거나 구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입니다. 어미고양이가 먹이활동을 하는 동안 아기고양이가 혼자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바로 구조하는 건 금물입니다. 적어도 6시간에서 24시간은 살펴보는 게 좋다고 하는데 함부로 '냥줍'하면 안 되는 상황과 구조가 필요한 상황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냥줍은 안되요!! 만지지 말아주세요!! | 구조가 필요해요!! |
1. 털이 깨끗하다. 2. 포동포동하다. 3. 눈이 초롱초롱하다. 4.발견된 자리에서 12시간 이내로 있었다. |
1. 눈이 붓고 고름, 눈곱이 많이 끼었다. 2. 12시간이상 방치되어 있다. 3.털이 더러우며 말랐다. 4. 항문주위에 분변이 묻어있다. 5. 몸에 구더기가 있다. 6. 사고의 흔적이나 상처가 있다. |
위의 표에서 구조가 필요한 상황들은 어미가 사고등을 이유로 없거나 혹은 어미가 있다해도 길에서 살아남기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5,6번은 의료적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니 빠른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럴 경우 용기 내어 손을 내밀어 주세요. 구조가 필요한 경우 고양이 보호협회나 보호단체, 혹은 지자체를 통하여 구조장비를 대여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먼저 알아보신 후 진행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혹시 혼자서 구조를 진행하실 경우 담요와 케이지 그리고 장갑이 필요합니다. 장갑은 예민한 고양이 특성상 구조과정 중 생길 수 있는 상처에서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안전한 상황에서 진정한 구조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 외엔 섣불리 고양이를 만져서는 안됩니다. 아기 고양이들이 사람의 손을 타거나 체취가 달라져 자칫 어미가 새끼를 못 알아보는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 어미가 더 이상 돌보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귀엽다고 쓰다듬거나 만지는 일도 자제해 주세요. 혼자 있는 아기 고양이를 만났다면 적어도 12시간 이상 위의 상황들을 염두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귀엽다는 이유로 책임감 없이 충동적으로 '냥줍'을 했다 유기할 경우 그 아인 어미의 돌봄도 받지 못하고 길에서도 살아가기 힘들어집니다. 사람손에 길들여진 후라면 학대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됩니다. 이럴 경우 '냥줍'이 아닌 '납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기고양이를 안으려던 그 손을 멈추고 다시 한번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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