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원
러시안 블루는 제가 집사가 되기 전 지인 집에 갔다가 처음 접한 반려묘이기도 합니다. 길냥이로는 마주치기 힘든 푸른빛이 도는 잿빛털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러시아가 원산입니다. 러시아 북쪽의 아크엔젤 제도에서 유래한 고양이가 영국으로 전해져 종 개량을 거쳐 현재의 러시안 블루가 만들어졌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이름으로 해석하자면 러시아의 진한 회색 고양이인데 아크엔젤 제도에서 유래한 푸른 고양이라 하여 아크엔젤블루, 포린블루로 불리리도 하였습니다. 1860년대 항해사들에 의해서 영국에 전해진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 황실과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키운 고양이의 후손이라고도 합니다. 1875년 '아칸젤 고양이'라는 이름으로 전람회에서 소개되었고 소개될 당시에는 당시 유행하던 샴, 브리티시 종과 닮도록 교배되었지만, 이후 아칸젤 고양이의 원형을 복구시키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후 1912년 러시안 블루라는 이름의 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2. 생김새
뼈대가 가늘고 몸통이 길어 늘씬하지만 근육이 있어 전체적으로 탄탄하고 날렵한 몸매에 짧은 은빛을 띤 푸른색의 털이 촘촘히 덮고 있습니다. 매끈거리는 털은 끝부분으로 갈수록 은빛을 띠어 잘 씻겼을 경우 아름답게 빛납니다. 무늬는 없습니다. 무게는 3.5~4.5kg 정도의 중형묘입니다. 머리는 V자 형이며 이마가 평평하고 목이 길고 가늡니다. 고고한 자세가 머리를 옆에서 보면 뱀이 목을 굽힌 채 고개를 치켜드는 것처럼 보여 코브라 머리처럼 보인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청회색 눈을 가지고 태어나서 자라면서 노란색으로 바뀌었다가 녹색으로 자리 잡습니다. 귀는 크고 뾰족하며 밑동이 넓고 항상 쫑긋이 세워져 있습니다. 꼬리는 끝 부분으로 갈수록 가늡니다.이러한 부분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회색털을 가진 고양이면 녹색눈이 아니라도 모두 러시안블루로 통칭하곤 합니다. 러시안 블루에서 유래한 '니벨룽'이라는 품종도 있는데 외형은 러시안블루와 같고 털의 길이만 깁니다.
3. 성격 및 특징
워낙에 겁이 많은 품종입니다. 바깥에 데리고 나갈라치면 바닥에 착 달라붙거나 발톱을 세워 몸에 꼭 달라붙는 일이 흔합니다. 원체 매우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이라 소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거의 울지 않으며 울어도 그 소리가 매우 작아 잘 들리지 않습니다. 애교가 많으며 주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주인이나 가족에게 애정이 깊으나 낯선 사람은 매우 경계하며 낯을 많이 가립니다. 집사와 숨바꼭질을 재밌게 하는 영상을 본 후 우연찮게 그 집을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애교 많은 발랄한 접대를 기대했던 저는 그날 꼭꼭 숨어버린 이 아이의 꼬리만 슬쩍 볼 수 있었습니다. 다묘가정이었는데 유독 그 아이가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고 새끼고양이가 덤벼도 도망갈 때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겁이 많다 하지만 영역침범이나 싸움이 일어날 땐 생각 외로 터프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낯도 많이 가린다고는 하나 개체마다 다른 것이 고양이 카페에서 보았던 러시안 블루는 애교가 많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기도 했습니다.고양이 중에서도 특히 높은 곳을 좋아하며 잘 때는 언제나 책장 위 같은 높은 곳에서 자려듭니다. 단 한 칸이라도 더 높은 곳이 있으면 그곳에 몸을 말고 눕기 때문에 캣타워 같은 수직공간이나 높은 곳에 해먹을 설치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눈치가 빠르고 주인의 감정에 민감하다 보니 주인을 위로할 줄도 알고 애정이 많아, 사랑을 쏟아 키운 러시안 블루는 주인과 상상을 초월하는 연대를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주인이 돌아올 시간 한참 전부터 현관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키우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내성적이고 울음소리가 작으며 애교가 많은 특성 때문에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순혈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보통 선대에서 코레 등 비슷하게 생긴 모종과 선대에서 섞인 혼혈묘들이 많습니다. 순혈인 아이들 경우 반짝이는 회색털에 귀사이가 넓고 맑은 초록눈을 가진 요다요정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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